유행 따라 만든 집은 금세 싫증나게 마련이다. 오래도록 편안함을 느끼는 집으로 꾸미기 위해서는 적절한 마감재 선택과 함께 구조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공간 자체의 기능을 강조하고 실용성을 극대화해 합리적인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한 주택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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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실용적인 마감재를 사용하되, 강렬한 컬러의 가구 등을 이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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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이 지겹게 느껴지거나 공간이 좁아 확장해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리노베이션을 결심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한 번 시공을 하면 당분간 리노베이션이나 이사 계획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무조건 인테리어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실용성과 단순함을 키워드로 잡는 것이 좋은데, 이는 최근 주택 리노베이션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각 공간을 단순하게 구성해 동선을 짧게 만들고 가급적 단순한 패턴과 색상을 사용하는 것이 최근 리노베이션 경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리노베이션시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마감재다. 마감재는 전반적인 집 안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쉽게 오·이염이 발생하면 실용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마감재의 미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오·이염 관리에 수월한지, 내구성은 좋은지 등 적극적으로 실용성을 따지는 편이다. 이와 더불어 가구 등 집 안의 다른 요소들과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지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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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책장 옆 가벽은 그대로 두고 마감재만 교체해 독립된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효과는 유지한 코지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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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능을 다하는 성실한 공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주택은 이러한 예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아트디렉터 양원구씨가 시공한 이 집은 기존 67평형의 빌라를 93평형으로 확장하면서 마감재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과거 공간마다 다양한 톤과 소재의 마감재를 사용해 집 안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으며 오·이염이 발생한 부분이 많았는데, 마감재를 대리석으로 교체해 실용성을 높였다. 컬러는 기존의 가구와 새로 구입할 가구의 특징을 반영해 결정했다. 그 결과 편안하고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 집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가족 중심의 구조다. 부모님과 두 딸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거실, 주방, 식당 등 가족 공간이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이는 시각적으로 단절돼 답답할 뿐만 아니라 넓은 평형대에 비해 네 식구가 넉넉하게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트디렉터 양원구씨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개방적인 구조로 변경해 가족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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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스테인드글라스를 라이팅 박스로 새롭게 제작해 라이팅 효과가 있는 포인트 월로 변신한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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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살펴보면 기존 우드 플로어링 마감재 상태가 깨끗한 편이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천장만 교체했다. 여기에 붉은색 의자, 조명 그리고 강렬한 색감의 그림으로 자칫 어둡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포인트를 줬는데,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붉은색 요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치우치게 설치해 빛의 극적인 표현을 유도했다. 또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간접조명을 사용했으며 부분적으로 레일 스폿 조명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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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분위기의 식탁과 의자, 화려한 식탁 조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이닝룸 벽 마감재의 컬러를 어둡게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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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코너는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며 독서를 하거나 티 타임을 갖는 등 부부가 편안하게 여가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책장과 테이블 색상이 어두운 갈색인 것을 고려해 이에 맞춰 바닥, 벽, 천장 모두 마감재 톤을 교체했다. 복도의 경우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때문에 과거 패브릭 패널로 마감해 오·이염이 심했던 벽면에는 패브릭 패널 골조 위에 무늬목 패널만 제작해 추가 설치했다. 일부 타일로 마감했던 또 다른 벽면 역시 유행이 지나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그 위에 컬러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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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재질인 주방 기구와 소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체적인 주방의 톤을 어둡게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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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심으로 재구성한 공간
온 가족이 드나드는 공간인 주방은 과거 보조 주방과 세탁실까지 딸려 있었다. 그런데 보조 주방과 세탁실 사이에 단차가 발생해 바닥의 수평을 맞춘 뒤 고급스러운 느낌의 탄브라운 대리석으로 마감재를 교체했다. 주방과 식당 사이에도 단차가 발생해 바닥을 같은 높이로 맞춰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으며, 유리 벽체를 사용해 개방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또 집주인의 요청에 따라 세탁실을 철거하고 아일랜드 주방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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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실 공간은 출입구와 연결된 공간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진회색 대리석으로 차분하게 톤을 조정하고 독특한 형태의 조명을 더해 갤러리풍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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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룸은 베란다 부분을 확장하면서 과거 4인용 식탁을 8인용으로 교체하고 공간도 그에 맞춰 구성했다. 확장 후에는 기존 우드 플로어링과 베란다 바닥이 수평이 맞지 않아 보강 공사를 한 뒤 고급스러운 느낌의 탄브라운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또 과거 천장에는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었으나 공간을 확장하면서 새로 구입한 긴 바 타입 식탁의 극적 효과를 위해 깔끔하게 면을 정리해 페인트로 마감했다. 은은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가족 간의 대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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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LED 천장 조명.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으며 조명 하나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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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조명 연출
리노베이션 이후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요소는 조명이다. 식탁 조명, 거실 조명, 스탠드 조명, 포인트 조명을 제외한 나머지 기본 조명은 모두 최신 트렌드인 LED 광원을 사용해 유지·관리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온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제외한 개인 공간은 철저하게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했다. 앤티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작은딸의 취향에 맞춘 침실이 대표적. 방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맞춰 스탠드 셰이드 스타일의 메인 조명을 설치하고, 침대 위에는 전용 조명을 만들어 잠들기 전 간단한 전화 통화 등을 할 때 사용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전실 공간에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볼 형태의 와이어 조명 장식을 달았는데, 마치 갤러리에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서로 다른 크기로 여러 개를 설치한 모습이 마치 조형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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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스타일의 침실에는 비슷한 느낌의 조명을 달아 통일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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