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쟁이 단풍 *
단풍이 곱기로 담쟁이 잎도 지날 순 없다
계곡 빈 집 옆 바위위에 먼저 가을이 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이 계절은 돌아왔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시인, 1954-)
출처 : 다다의 방
글쓴이 : dad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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