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야기/전원주택 그림들

카페로 전환할 수 있도록, 꿈 담아 지은 신혼집...^^

갯마을 과 갯바위 2011. 12. 2. 22:21

누구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기를 원한다지만 편리한 아파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 하지만 여기, 아파트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단독 주택의 꿈을 이룬 신혼 부부가 있다.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의 산세 좋은 지형에 아담하고 단순한 3층 주택을 짓고 천상에 사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서른셋 동갑내기 부부의 집을 소개한다.

 

1층부터 3층까지 햇빛이 골고루 퍼지도록 해주는 전면 창이 돋보이는 외관. 1층 다이닝 룸의 유리 문을 열면 집 뒤로 마련된 데크가 펼쳐진다.

 

1 나무 높이를 거스르지 않는 아담한 규모의 박스형 디자인이 겸손하게 느껴진다.

2 고요한 외관 디자인을 고스란히 따르는 작은 현관문.

3 집 측면에 마련한 진입 통로.

 

1층에 전면 창 앞으로 자리한 다이닝 룸. 이 집에서 가장 높은 천장 높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푸른 자연을 접할 수 있다. 나무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으로 자연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

미래의 꿈을 위해 여백이 돋보이는 집을 짓다

 

 

1 대면형 주방 디자인을 통해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파티션 역할을 하는 작업대 표면 역시 벽면과 같은 나무 패널로 마감해 공간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
2, 3 욕실 역시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재봉틀 다리를 재활용한 화장대를 놓아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공간 연출을 시도했다.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모이와(Moiwa) 산 서쪽 기슭. 평범하고 소박한 단독 주택이 하나 둘 모여 평화로운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 독특한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어디가 지붕인지, 어디에 현관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자 모양의 주택. 한마디로 앞과 뒤, 위아래를 구분하기 힘든 나무 상자 같은 집은 독특한 외관 덕분에 완공 이래 마을의 지표가 될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 집의 주인은 서른세 살, 동갑내기 신혼 부부 야슈테루 오카무라(Yasuteru Okamura)와 나즈오미 오카무라(Nozomi Okamura).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지속해야 하는 오카무라 부부는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남다른 모험을 감행했다. 아파트 대신 평생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주택을 짓기로 한 것. "기약 없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보다는 이를 먼저 실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비교적 저렴한 대지를 매입한 오카무라 부부는 남은 예산이 빠듯했던 터라 집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실질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이는 문제도 아니었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

그도 그럴 것이 부부가 의뢰한 드림하우스는 무척이나 생소한 '난이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부부가 모두 달콤한 케이크와 음식을 만드는 데 남다른 취미가 있더군요. 그리고 이러한 취미가 앞으로 직업이 될 수도 있으니 집 내부를 카페나 숍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만들어 달라는 게 메인 콘셉트였습니다." 건축가 신이치로 아카사카(Shinichiro Akasaka) 씨는 보기 드문 '신선한 도전'에 기꺼이 동참할 뜻을 전했고, 현재 그 결과는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3층짜리 창고형 단독 주택으로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상과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속 넓은 공간

 

1 최상층인 3층 로프트에서 내려다본 실내. 메자닌 구조 덕분에 1층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2, 3 2층 메자닌 공간. 오픈형 공간이지만 거실과 서재 그리고 침실이 독립적으로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보다 확실하게 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가벽 또는 파티션을 세울 수 있다.


풍성한 잎을 드리운 아름드리 나무와 함께 고요한 조화를 이루는 집. 4개월에 거쳐 정성스레 지은 집은 밝은 빛깔의 나무 패널과 흰색으로 칠한 철제 빔, 단 2가지 재료로 구성된 가운데 담백하면서도 견고한 자태가 돋보인다. "아이가 태어나면 넓고 편리한 주거 공간이 되어야 하고, 카페로 전환하려면 다양한 삶의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여백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롤 모델이 된 것이 텅 빈 창고였죠."

건축가 신이치로 씨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집을 만들되 2층을 메자닌 구조로 연출, 1층 천장 높이를 집 전체 높이로 유지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따라서 1층은 천장이 6m에 달하는 탁 트인 카페 공간의 조건을 갖게 되었고, 2층은 독립 공간이면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까지 확보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여기에 뜻하지 않은 선물 하나가 더해지니, 바로 3층 로프트 공간. 침대 하나 놓으면 끝나는 작은 공간이지만 천장으로 난 문을 열고 나가면 지붕 위에 앉아 푸른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무척 심플해 보이는 집이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곳입니다. 특히 집 안 어디서든 햇빛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바닥과 난간, 벽면 그리고 커튼까지 모두 빛이 통과할 수 있게끔 각 층의 천장 높이를 달리 한 것은 물론 위치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죠." 신이치로 씨의 섬세한 계산 덕분에 따스하고 아늑한 자연의 온기로 단장한 집. 신혼의 단꿈을 꾸기에 이처럼 안성맞춤인 공간이 또 있을까. 그래서 오카무라 부부는 꿈꿀 여지 충만한 이곳에서 당분간 현재의 낭만을 마음껏 누릴 계획이라고. 이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은 그들, 여유 부릴 자격 충분하니 말이다.

대지 345㎡ 건물 바닥 면적 57㎡ 정원 93㎡

2층 침실 위에 3층 로프트가 자리한다. 사다리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로프트는 다락방의 추억을 선사한다. 천창을 통해 지붕 위에 앉아 하늘을 볼 수 있는 낭만도 가득한 공간. 주인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 로프트를 자신의 침실로 사용하고 2층을 아이에게 양보할 계획이다.